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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배. 이. 재봉

일을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룩 한 점 없던 이마에 가뭇가뭇 검버섯이 피어있었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예전의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십 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 같은 사람일까 과거의 기억만이 나를 현재의 나로 이어줄 뿐 나를 이룬 것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당신이 그리운 날엔. 고. 길선

오름을 오른다. 걷다가 지친 자우룩한 쑥부쟁이 사이로 망개꽃이 서러워 속울음을 토한다. 고른 햇살 날빛 비늘로 하느작대며 울어대는 금억새 바람 휘놀다 머문 자리마다 아린 자국 가슴이 시린다. 당신 그리운 날 그 바다 석석한 검푸른 피가 휘도는 홰홰한 섬 기슭 저녁 빛 흘러 자백질하며 섬 노을 삼키어진 섬은 이내 끄먹대는 등대 하나 뱉어놓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