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31

밤편지. 곽 재구

늦은 밤 구례구역 앞을 흐르는 섬진강변을 걸었습니다 착한 산마을들이 소울음빛 꿈을 꾸는 동안 지리산 능선을 걸어 내려온 별들이 하동으로 가는 물길 위에 제 몸을 눕혔습니다 오랫동안 세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압과 고통 또한 어두운 밤길과 같아서 날이 새면 봉숭아꽃 피는 마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 아직 스무 살 첫 입맞춤의 추억 잊지 않았습니다 폭염 아래 맨발로 걷고 또 걸어 눈부신 바다에 이르렀을 때 무릎 꺾고 뜨겁게 껴안은 당신의 숨소리 잊지 않았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31

사랑하기에 좋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귀기에 편한 당신의 나이와 부르기에 편한 당신의 이름과 다가가기에 좋은 당신의 온도와 함께하기에 좋은 당신의 숨결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열 개의 기쁨보다 하나의 슬픔이 더 즐거운 사람 접으면 손바닥만큼 작고 펼치면 하늘을 다 가릴 듯 커지는 사람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 맑은 눈동자에 나의 행복이 비치고 힘들 땐 아파주고 울어주어 그대 내 몫임을 알게 해준 사람 사랑하기에 좋은 사람 당신이 곁에 있어 너무도 행복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27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김. 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 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지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을 테니까요. 무언가를 잃어본 적이 있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무언가를 잃어버릴 때가 오더라도 잃어버린다는 아픔을 알고 더 이상 잃어버리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까요. 기다림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이 방황을 할 때 그저 이유없이 당신을 기다려 줄 테니까요. 슬픔을 아는 이와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가슴이 시린 겨울이 와도 그대의 따뜻한 가슴에 몸을 녹일 수 있을 테니까요. 진실된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그대 나의 거짓된 ..

카테고리 없음 2023.03.26

내 모든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u. 샤퍼

어제 당신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며칠 전 당신이 한 말이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곧바로 편지를 붙이지는 않았습니다. 좀더 시간이 흐른 후 냉철한 눈으로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아닌 게 아니라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보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찢어버릴까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구태여 나의 이런 감정을 숨길 필요가 있겠느냐고. 나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뿐 아니라 아픔도, 슬픔도 아니 나의 모든 것을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