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31

그대는 사랑 입니다. 조. 성태

나는 그대를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일만 했으면 합니다. 그일 외에는 삶의 의미가 없습니다. 살아갈 이유가 없습니다. 그대가 의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대의 눈망울 속에는 사랑을 통한 완성의 열망이 있습니다. 낮에는 어두움의 고뇌로 밤에는 작렬하는 빛으로 시작과 끝이 없는 완성입니다. 그대가 애써 외면하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그대의 모습입니다. 바로 내 사랑의 명분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31

나 대신 꽃잎이 쓰는 이. 편지를. 홍 우계

부칠데는 없지만 써야겠다고 오늘도 꽃그늘에 나왔습니다마는 한낮이 기울도록 한자도 못쓰는데 심술처럼 얼굴가린 바람이 와 꽃가지를 흔들자 내 볼을 간질이며 간간이 진 꽃잎이 내 말 대신 편지지에 자리를 잡을 때 내 옷에 촉촉히 스민 목련향. 내가 쓸 말 대신 향내만 촉촉한 이대로 접고 봉한 이 편지를 받으실 어디먼데 누구라도 계시면 좋겠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30

나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네 알렉산더. 푸시킨

일찍이 너를 사랑했었네 그 사랑 어쩌면 아직도 감추어진 불씨처럼 내 맘속에 살아 있다네 하지만 그것이 너를 낙심하게 하지 말기를, 차라리 잊어버리길 나는 조그만 괴로움도 너에게 주고 싶지 않거니 말없이 사랑했었네, 절망적으로 사랑했었네 지금도 소심하게, 지금은 질투의 마음 나는 그렇게 깊이 사랑했었네, 그렇게 애절하게 사랑했었네

카테고리 없음 2023.05.29

계단. 곽 재구

강변에서 내가 사는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숲길 사이에 어느 하루 마음먹고 나무계단 하나 만들었습니다 밟으면 삐걱이는 나무 울음소리가 산뻐꾸기 울음 소리보다 듣기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이 계단을 밟고 내 오막살이집을 찾을 때 있겠지요 설령 그때 내게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신(神)이 찾아와 자, 이게 네가 그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그 물건이야 하며 막 봇짐을 푸는 순간이라 해도 난 당신이 내 나무계단을 밟는 소리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神)과는 상관없이 강변 숲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할

카테고리 없음 2023.05.28

가지않는길.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

카테고리 없음 2023.05.27

외투. 장. 창영

낯선 외로움까지 깊이 감싸주는 한 벌의 외투이고 싶다. 한켠에 구겨져 있다가도 그대가 나를 찾을 때 스스럼없이 그대 곁으로 다가설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내내 익혀온 그대의 체온 가슴 속속들이 묻어 두었다가 그대에게 풀어 건네느라 혼자 웃음 지으며 흐뭇해지는 조금은 허름하고 얼룩도 졌지만 마음 내킬 때면 언제나 쉽게 들쳐 입고 나설 수 있는 이야기 나누기 편한 오랜 친구처럼 항상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곁에서 머무르다 누군가의 숨결이 그리울 때 안아내는 넉넉한 공간이 되어 세상의 가장 깊은 고독과 그대만의 넘칠 듯한 환희까지도 가만 아우를 수 있는 따뜻한 그대만의 공간이 되고 싶다 온전한 그대만의 사랑이 되고 싶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6

그대앞에 봄이 있다. 김. 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와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 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5

그렇게 사랑할수 있다면w. 데인

나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랑하고 이별하는 순간마다 그대를 버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처받고 외로워하는 순간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나를 버리는 것에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잘려나간 가지에서 새순이 돋아나듯이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아픔 속에서 다시 돋아날 수 있다면...... 나를 버려 그대가 다시 태어나고 그대가 조금만 더 자신을 죽임으로 내가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