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30

칠월에게. 고. 은영

절의 속살거리는 신비로움 그것들은 거리에서 들판에서 혹은 바다에서 시골에서 도심에서 세상의 모든 사랑들을 깨우고 있다 어느 절정을 향해 치닫는 계절의 소명 앞에 그 미세한 숨결 앞에 눈물로 떨리는 영혼 바람, 공기, 그리고 사랑, 사랑 무형의 얼굴로 현존하는 그것들은 때때로 묵시적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나는 그것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31

묘목원. 권. 승섭

버스를 기다린다 신호가 바뀌고 사람이 오가고 그동안 그를 만난다 어디를 가냐고 그가 묻는다 나무를 사러 간다고 대답한다 우리 집 마당의 이팝나무에 대해 그가 묻는다 잘 자란다고 나는 대답한다 그런데 또 나무를 심냐고 그가 묻는다 물음이 있는 동안 나는 어딘가 없었다 없음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 같다 무슨 나무를 살 것이냐고 그가 묻는다 내가 대답이 없자 나무는 어떻게 들고 올 것이냐고 묻는다 나는 여전히 말이 없다 먼 사람이 된다 초점이 향하는 곳에 나무가 있었다 잎사귀로는 헤아릴 수 없어서 기둥으로 그루를 세야 할 것들이 무수했다 다음에 나무를 함께 사러 가자고 그가 말한다 아마도 그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그를 나무라 부른 적이 있었는데

카테고리 없음 2023.07.29

바다 이. 성복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 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거품 입에 물고 서러움이 서러움이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엎어지고 무너지면서도 내게 손 흔들었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8

그대. 창가에. 경요

그대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대 창가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설레는 이내 가슴 잠재우기 위해서 그대 창가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대 곁에 진실과 진실을 벗하여 영혼으로 남고 싶어서 그대 창가에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대를 사랑하기에 그대 곁에서 영원히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시간의 진실이 영원히 내 곁에서 그대 곁에서 함께 하기를......

카테고리 없음 2023.07.27

등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건. 유. 미성

등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그 안에 그대가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잘라내지 못한 내 마음속의 그리움들이 지난날 더 주지 못한 사랑을 안타까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겨울 아침, 사람들 모르게 밤사이에 눈이 내려 초라한 겨울 나무위로도 새 하얀 눈꽃이 피어나듯 언젠가 나도 모르게 앙상한 내 삶 속으로 다시 돌아와 환하게 웃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눈앞에서 등 돌려 떠나가신 후에도 내게는 늘 진행형인 사랑 그렇게나 참으로 보고 싶은 사람 오랜 침묵 후에 뱉어내신 그 한마디가 그렇게 덜어내신 무거운 짐이 못내 안스러워 자꾸 돌아보시던 그 따스한 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등돌린 사랑조차 아름다운 건 그 사랑 안에서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남겨주신 아름다운 추억들이 내게는 살아..

카테고리 없음 2023.07.25

길들여진다는것은 이미죽어가고있다. 유. 화종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낭떠러지에서 되돌아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군다나 내가 걸어온 발자국을 다시 본다는 것이 무서웠다. 몸서리치도록 나를 괴롭히는 건 그 어떤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건 나일 수밖에 없다. 다시는 너에게 요구하지 말자. 다시는 삶을 이야기하지 말자. 내 가슴에서 죽어 간 한 번도, 단 한번도 울부짖지 못한 가련한 파랑새에 대해 난 감당하기 어려운 쳐다보아서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너를 기다리는 시간이 나를 더 어렵게 만든다. 다시는 말하지 말고 침묵하리 나를 유혹하고 손짓하는 신기루들이 지난 시간들이 되돌릴 수 없는 현실임을 인정하자. 새장에 길들여진 새는0 푸른 하늘을 그리워해서는 안 된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이미 죽어가고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4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 석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살아다오,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찬성보다는 '아니오'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카테고리 없음 2023.07.23

너의 가슴에 나의가슴에. 김. 석규

사랑의 너의 가슴에 고인 샘물이 사랑의 나의 가슴에 고인 샘물이 넘쳐서 이루는 작은 냇가에 앉아 하늘과 땅 더욱 그리워 소리 없고 행복의 목소리처럼 숨가쁘게 오르는 빛나는 햇살을 엮으며 조용히 애련(愛戀)하고 있나니 냇물은 강물로 되어 바다로 가고 그 바다에선 끝내 샘물로 돌아오는 반반씩 나누는 웃음과 눈물의 반짝거림 속에서 아 언제일까 천생의 연분이란 이름으로 너의 가슴에 나의 샘물이 고일 때는 나의 가슴에 너의 샘물이 고일 때는

카테고리 없음 2023.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