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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정신 정. 군칠

명철이2 2025. 2. 17. 18:27

천 길 물길을 따라온 바람이 서느러워

바닷가에 나와 보네

앙상한 어깨뼈를 툭 치는 바람은

저 백두대간의 구릉을 에돌아

푸른 힘 간직한 탄화목을 쓰다듬고

회색잎 깔깔거리는 이깔나무 숲을 지나

황해벌판을 떠메고 온 전령이려니

지난날, 그대

비 갈기는 날의 피뢰침처럼 시퍼렇게 날이 서서는

혀를 감춘 하늘을 물어뜯어

만경들의 물꼬들을 차례차례 깨우고

나지막한 산맥을 넘을 때

누렁쇠 쇠울음으로 회오리도 쳤을 터

그대 지나는 풀밭

풀자락들은 흔들려 불꽃으로 일고

그 불길이 몰려오는 섬 기슭에서

나 오늘, 서늘한 정신 하나를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