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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너머로. 훔쳐듣는대숲바람소리. 나. 태주
명철이2
2022. 5. 14. 16:49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밤 사이 내려와 놀던 초록별들의
퍼렇게 멍든 날개쭉지가 떨어져 있다.
어린 날 뒤울안에서
매 맞고 혼자 숨어 울던 눈물의 찌꺼기가
비칠비칠 아직도 거기
남아 빛나고 있다.
심청이네집 심청이
빌어먹으러 나가고
심 봉사 혼자 앉아
날무처럼 끄들끄들 졸고 있는 툇마루 끝에
개다리소반 위 비인 상사발에
마음만 부자로 쌓여 주던 그 햇살이
다시 눈트고 있다, 다시 눈트고 있다.
장 승상네 참대밭의 우레 소리도
다시 무너져서 내게로 달려오고 있다.
등 너머로 훔쳐 듣는
남의 집 대숲바람 소리 속에는
내 어린 날 여름 냇가에서
손 바닥 벌려 잡다 놓쳐 버린
발가벗은 햇살의 그 반쪽이
앞질러 달려와서 기다리며
저 혼자 심심해 반짝이고 있다.
저 혼자 심심해 물구나무 서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