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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앵. 김. 경미
명철이2
2022. 7. 26. 18:54
화분에 물 준 것을 오늘의 운동이라친다
저 먼 사바나 초원에서 온 비와 알래
스카를 닮은
흰 구름떼를
오늘의 관광이라 친다
뿌리 질긴 성격을 머리카락처럼 아주 조금 다듬었음을
오늘의 건축이라 친다
젖은 우산 냄새를 청춘이라고 치고
떠나왔음을
해마다 한겹씩 흑백의 필름통을 감는 나무들은 다 사진 찍어두었을 거다
신록답지 못했던 그 사진들 없애려
나뭇잎마다
한 장 한 장 치마처럼 들춰본 추억을
오늘의 범죄라 친다
없애고도 산뜻해지지 않은 이 나날의 해와 달을
오늘의 감옥이라 친다
노란무늬 붓꽃을 노랑 붓꽃이라 칠수는 없어도
천남성을 별이라 칠 수는 없어도
오래 울고난 눈을 검정버찌라 칠 수는 없어도
나뭇잎 속의 사진을 당신으로 쳐주고 싶지는 않아도
종일 사로잡힌 오늘 하루의 그리움을
위대함이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