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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상. 박. 소향

명철이2 2022. 10. 7. 16:52


나는 너에게
목화 꽃처럼 피어나는
뭉개 구름이면 좋겠다

순백의 향기로
가슴 가득 떠다니는 솜털 같은 기다림과
잊지 않을 사랑 하나
혼자 못할 이별의 아픔이면 좋겠다

먼지 나는 길 위에
나뭇잎만 벗이 되는 쓸쓸한 하늘
눈 속에 멈춰지는 시인의 넋처럼
이니스프리의 호도위로 떠도는 빛

비애로 젖은 물 위에
가슴을 씻어 내리며
나는 또 운다

누군가의 몫으로 거기 남은
목마른 사랑의 빚

슬픔의 껍데기를 계절의 옷처럼 갈아입고
한맺힌 노래를 그리움처럼 부르다가
나는 또 끝내
목메이게 아파할지 모른다

마음 속을 물들이는
가을 숲의 영혼
하늘 밑을 수놓는 낙엽의 수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빛 고운 이 가을
나는 너에게
언제라도 잊지 않을
긴 그리움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