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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워. 마세요. 미레이
명철이2
2023. 2. 24. 15:02
하루해가 저물어 남은 석양마저 그 빛을 거두어도
아쉬워하지 말아요
여름이 다 가 버린 쓸쓸한 들판에
여름내 지천으로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버려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달이 기울고
썰물이 다 빠져 나간 황량한 갯벌처럼
한 남자의 뜨겁던 사랑이 그토록 쉽게 식어 버려
이제 그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할지라도
슬퍼하지 말아요
사랑은
바람에 뜯겨 이리저리 휘날리는
활짝 핀 꽃잎과도 같은 것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센 폭풍우로 휘몰아쳐 왔다가
난파된 파편들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 놓고
소리 없이 빠져 나가는 썰물과도 같은 것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이제 와서야
이렇게 뒤늦게서야
가슴이 알게 된 것일뿐
그러므로
너무 많이 가슴 아파하지는 말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