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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곽 재구

명철이2 2023. 5. 28. 13:17

강변에서

내가 사는 작은 오막살이집까지

이르는 숲길 사이에

어느 하루

마음먹고 나무계단 하나

만들었습니다

밟으면 삐걱이는

나무 울음소리가 산뻐꾸기 울음

소리보다 듣기 좋았습니다

언젠가는 당신이

이 계단을 밟고

내 오막살이집을 찾을 때

있겠지요

설령 그때 내게

나를 열렬히 사랑했던

신(神)이 찾아와

자, 이게 네가 그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그 물건이야

하며 막 봇짐을 푸는 순간이라 해도

난 당신이 내 나무계단을 밟는 소리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신(神)과는 상관없이

강변 숲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