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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원 김 현승

명철이2 2020. 12. 27. 16:13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 퍼지게 하소서!

 

한 쪽의 빵을 얻기 위하여

한 세기의 희망이 굶주리던 지난 일년

한 이파리 꽃술에 입맞추기 위하여

한 세대의 젊음이 시들어버린

 

지난 일년의 얼굴 없는 물웅덩이 속에

1972년의 쉬임 없는 시간들이 고이어 고이어

끝 모를 심연을 우리의 눈망울에 잠기게 마옵소서.

 

검은 땅에 입맞추는

저 임자년(壬子年)의 첫 입술―새벽의 붉은 태양을

희망과 사랑의 눈빛으로 다만 바라보게 하소서!

 

우리를 오히려 도리어 더욱

슬프고 배고프고 목마르게 만들던,

단추로 눌러버린 이 기쁨들

빛의 이 영화(榮華)들

엉겅퀴 우거진 이 욕망의 벌을 지나,

낡은 경험 위에 새로운 슬기를 띄우며

새 아침의 도소주(屠蘇酒)를 마음의 새 푸대에 부으며,

아침 태양이 반짝이는 강물처럼

굽이쳐 굽이쳐 우리의 새로운 시간들을

당신의 품―당신의 영원한 바다로

흘러가게 하소서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