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촘한 여름밤이면 누이는 일기장에 반딧불 만한 글씨를 꾹꾹 눌러 붙였습니다 라디오 속엔 엘비스 엘비스 외삼촌은 밤 하늘 같은 기타줄을 뜯었구요 천장의 어둠 속을 굴러다니던 어린 쥐들의 숨소리며, 비만 오면 무죽 같은 안개가 벽장까지 차던 그 방의 풀 냄새는 따뜻했습니다 아침마다 이불을 털면 눈빛이 순한 풀무치들이 별자리처럼 툭툭 쏟아져 내려 초경을 시작한 누이를 이유 없이 울리기도 했습니다 부뚜막에 끙 앉아 때 걸레를 삶으며 누이가 연습하던 휘파람은 지금 어느 골목을 지나는 바람이 되었을까요 바람이 꿈을 꾸면 어머니는 서랍보다 덜컹거리셨습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등을 자주 긁어주며 자랐습니다 펄럭거리는 창문 속 빛이 빵빵한 알전구 아래 우리는 늘 푸른 지렁이들처럼 엉켜 잠들었습니다 어둠 속에 구불구불한 몸을 뒤척이다 문득 닿곤하던 가족의 포르르한 살들이 독학처럼 내내 외로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