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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거름 그림 한장 성. 백군

명철이2 2024. 4. 5. 08:00


서녘 해가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안 그래도, 몸이 왜소한 내가
삶마저 야윈 것 같습니다

이양이면
석양답게, 내 인생 좀 풍성하게  그려
멋을 낼 일이지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다고 하면서
‘이게 뭐냐’고 불평을 하였더니

알아, 안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살아있는 그 무엇이 시간을 이길 수 있느냐며
서산  마루에 반쯤 걸려
넋두리를 합니다

새 떼들 줄지어
모이고 흩어지면서 서산을 넘어간 뒤
해거름 그림 한 장
하얗게, 세상에 내 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