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을 매단 그물이구나, 거미의 입으로 짓는 것은
고인 침을 삼키며 독을 내리는 밤
그네를 밀 때마다 떠가는 애인의 둥근 엉덩이가 있다
협곡이라면 뛰어 건너고 싶고 끝끝내 빠져 죽을 절벽
그 사이를 말하자면 달빛을 걷는 애인은 멀리
더 멀리라고 외치는 장난만 같다
두 손만 쉬이 물들이는 웅덩이 둘
깊게 파인 나라로 애인은 잠시 떠나고 자꾸만 돌아온다
앞섶에 피워내는 젖내 기대면 달아나는 저 짙은 숨에 안겨
토끼의 귀는 길고 속이 붉은가
헛것을 밝히는 별 아래 계수나무 잎사귀 하나, 하늘
하늘 치마폭에 내려앉아 애인의 지친 무릎을 적시고 있다
서늘한 손가락 끝에 꼭꼭 숨은 아이들만 보인다는
머리칼을 몸소 늘어뜨린 애인의 뒤통수가 유난히 검고
높이 솟은 얼굴만이 달빛으로 밝다
커다란 분화구에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결국
믿다가 버려두는 의심에게
관성(慣性), 그 포기를 밀쳐내는 힘
입술을 맞댄 순간조차 내내 그리울 얼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