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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통역사. 강. 신애

명철이2 2024. 9. 13. 04:42

모르겠어요

처음 본 내게 당신 치부를 고백하다니



백미러로 핑크색 손톱과

구릿빛 피부를 음미하고 있었는데



당신과 어울리지 않는 사악한 죄

훼손된 꿈,

봇물 터지듯 펼쳐놓다니요



그건 발아래

히비스커스 꽃을 바치며

태양신 사원에서 고백해야 했어요



오늘은 관광 가이드

내일은 의사에게

낯선 지방, 병중의 신음을 번역하지만



우리는 모두 오지여서

각자의 방언을 말할 뿐



나의 말들이 주구(呪具) 같은 상징으로

다정한 운율로

당신 마음을 어루만졌나요



내 이마에 바른 연꽃 향유가

당신 가슴골의 딸기 아플리케가

서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대체 누가 우리 허기를 통역해주죠?



당신의 아픔, 나의 슬픔

똑같은 환처인데



산비탈로 꼬리를 흔들며

회색 원숭이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줌파 라히리, 『축복받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