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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소 있는 풍경. 양. 우정

명철이2 2025. 1. 13. 14:24



산자락이 등을 댄 사람들을 품어주는

하늘과 맞닿은 동네

달이 꿈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골목으로

무럭무럭 늙는 이발소가 있다

면도칼의 팽팽한 칼 선 사이로 숨어든

봄 햇살이 깜박 조는 이발소엔

언제나 고집스럽게 다이알 비누 냄새가 난다

베어지지 않으면 날아오를 수 없는

단서조차 없는 세상의 경계를 지우느라

뾰족뾰족해진 날개들

어두운 저녁으로 날아들 때쯤

또 하나의 달이 되는 삼색 네온

알전구처럼 빛나다 사라진

좀체 읽히지 않는 먼 기억의 숲

한 올 한 올 감별해내는 이발사 손끝에

밤보다 더 깊이 뿌리내린

오래된 골목 푸른 발목 위로

접혀있던 푸념들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오른다

담장 아래 실금의 거울 안

버려진 화분 위로 밑동이 실한 푸른 잎이

밀랍의 골목을 탁본하고

새벽어둠이 걷힌 골목이 다 들어간 거울 속

어떤 봄 밭보다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