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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신화1 정 근옥

명철이2 2021. 3. 17. 16:39

서귀포 바닷가에 아이들은 물고기를 만지며
슬픔도 모르고 놀고 있다
캔버스가 없어도 서러움은 없어
골판지와 은박지 위에
미친 듯이 그의 붓은 춤추었다
바다와 산을 닮은 색조, 긴박하게 춤추면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은
푸른 하늘 바라보는 게 한 마리를 들고 뛰어놀다가
순박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거리에 선 종려나무 바람에 몹시 흔들리는 날
달 속에 놀던 까마귀는
예언의 종소리를 울리며 서산을 넘고 있다
짙은 포옹의 따스한 입김을 남기고
아내는 현해탄을 넘어 떠나고
아이들도 바람에 쫓겨 간 저녁노을처럼 떠나고
뱃길 가르고 떠나간
바다만 쉴 새 없이 철썩거리는데
자식이 없는 여름은 슬프기만 하다*
구름 위에 떠다니는 영혼
백년 신화 뭇별이 되어 찬란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