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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한판. 고. 영민

명철이2 2021. 9. 3. 17:50











대낮, 골방에 쳐박혀 시를 쓰다가

문 밖 확성기 소리를 엿듣는다

계란 …(짧은 침묵)

계란 한 판 …(긴 침묵)

계란 한 판이, 삼처너언계란 …(침묵)…계란 한 판

이게 전부인데,

여백의 미가 장난이 아니다

계란, 한 번 치고

침묵하는 동안 듣는 이에게

쫑긋, 귀를 세우게 한다

다시 계란 한 판, 또 침묵

아주 무뚝뚝하게 계란 한 판이 삼천 원

이라 말하자마자 동시에

계란, 하고 친다

듣고 있으니 내공이 만만치 않다

귀를 잡아당긴다

저 소리, 마르고 닳도록 외치다

인이 박혀 생긴 생계의 운율

계란 한 판의 리듬

쓰던 시를 내려놓고

덜컥, 삼천 원을 들고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