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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네 거리에서. 임. 하

명철이2 2021. 9. 25. 17:43

조선 근로자의

위대한 수령의 연설이

유행가처럼 흘러나오는

마이크를 높이 달고


부끄러운

나의 생애의

쓰라린 기억이

포석(鋪石)마다 널린

서울 거리는

비에 젖어


아득한 산도

가차운 들창도

현기로워 바라볼 수 없는

종로 거리


저 사람의 이름 부르며

위대한 수령의 만세 부르며

개아미마냥 모여드는

천만의 사람


어데선가

외로이 죽은

나의 누이의 얼굴

찬 옥방(獄房)에 숨지운

그리운 동무의 모습

모두 다 살아오는 날

그 밑에 전사하리라

노래부르던 깃발

자꾸만 바라보며


자랑도 재물도 없는

두 아이와

가난한 안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