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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서. 이. 재무

명철이2 2021. 12. 18. 15:11

아내와의 잠자리는 근친상간이라며 한 친구가 웃었다
모두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미심장하게 따라 웃었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면 아내도 나의 여자는 아니며
요즘 아내들은 저녁 안 먹고 일찍 귀가하는 남편들을
가장 능멸한다는 말에 일행은 박장대소 하였다
여름의 하루는 비닐처럼 질기고 지루해서
우리는 부실해져가는 중년을 보충하기 위해
가부시키해서 개 한마리를 잡았다.



가마솥에서 천대와 굴종과 구박의 한살이를 마친 잡종개가
시펄시펄 끓는 동안 앉아서 하는것 중 제일 재미있다는
화투패를 돌렸다 오래 끓인 육개장처럼 걸고 진한 음담 패설
한 순배가 돌자 투자한 돈에 비례하지않는 아이의
성적에게 습관성 짜증을 내고 정치인 몇 도마에 올려 놓고
토막 치고 오장을 파 모랫바닥에 처박아 놓았다 실직한
친구에게는 간 맞지 않아 싱거운 위로 몇마디를 건넸고
누군가 나이 드니 김치도 갓 담근 게 맛잇다며
예의 영계론을 펼치자 술이 올라 더욱 벌게진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비록 한때일망정 그린벨트의 생을
살았던 우리 젊음은 속절없이 기울고 이제 썰물뒤의,
콜라 캔이나 플라스틱 등속 어지럽게 널려 있는
개펄 같은 서로의 상처 들여다보며 쓸쓸히 웃었다
오후 들어 나무의 그림자는 급속도로 짧아지고 있었다
허리띠 느슨하게 풀고 강변에 서서 한쪽 다리를 든 채
함부로 오줌 갈기고 다 익힌 개고기를 뜯으며
기름 묻은 손 아랫도리에 문질러 댔다
늦은 밤 고성방가하며 돌아오는 길 우리는 버려진 개가 되어
어둠 발기발기 찢으며 스스로를 향해 컹컹컹 짖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