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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원에서. 조. 지훈

명철이2 2022. 5. 1. 17:01




한 달 농성 끝에 나와 보는 다부원은

얇은 가을 구름이 산마루에 뿌려져 있다.



피아(彼我) 공방의 화포가

한 달을 내리 울부짖던 곳



아아 다부원은 이렇게도

대구에서 가까운 자리에 있었고나.



조그만 마을 하나를

자유의 국토 안에 살리기 위해서는

한해살이 푸나무도 온전히

제 목숨을 다 마치지 못했거니



사람들아 묻지를 말아라

이 황폐한 풍경이

무엇 때문의 희생인가를…….



고개 들어 하늘에 외치던 그 자세대로

머리만 남아 있는 군마의 시체



스스로 뉘우침에 흐느껴 우는 듯

길 옆에 쓰러진 괴뢰군 전사



일찍이 한 하늘 아래 목숨 받아

움직이던 생령(生靈)들이 이제



싸늘한 가을 바람에 오히려

간고등어 냄새로 썩고 있는 다부원



진실로 운명의 말미암음이 없고

그것을 또한 믿을 수가 없다면

이 가련한 주검에 무슨 안식이 있느냐.



살아서 다시 보는 다부원은

죽은 자도 산 자도 다 함께







안주(安住)의 집이 없고 바람만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