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에도 무게가 있다
벌 그림자에 눌려 햇빛 속에서
장미꽃이 흔들린다
지금 보는 벌은 옛날의 그 벌이 아니다
지금 핀 꽃도 옛날의 그 꽃이 아니다
지금 겪고 있는 일을 한번씩
옛날에도 겪었던 것처럼 착각할 때 있다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너 또한
언젠가 만난 적 있을지 모른다
사랑도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내일의 원수를 사람들은 잠시
평생의 반려로 착각할 때 있다
착각하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착각에도 무게가 있다
착각의 그림자에 눌린 내 인생
햇빛 속에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