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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사림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김. 재진

명철이2 2023. 4. 7. 14:48

헤어져 있는 시간이 서로를 성숙시킬 것이라던

당신의 예언은 틀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

스스로를 깎아내며

어쩌면 우린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워

헤어질 수 없는 건지 모릅니다

함께 있던 날들의 따스하던 체온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어

이별이 아픈 건지 모릅니다

기다림의 무게만큼 늘어나는 시간 앞에

내 발길은

서성거리다 멈추고 만 시계가 됩니다

가지 않는 시계 바늘을 애태우며

내 가슴은

숯보다 까맣고 백지보다 창백합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사랑을 성숙시킬 것이라던

당신의 예언은 틀렸습니다

커버린 건 그리움뿐

당신이 두고 간 빈자리에 무성하게 자란 그리움을

나는 날마다 풀처럼 뽑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더 이상 뽑을 수 없을 만큼 풀이 자라는 날

내 기다림은 그만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