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 있는 시간이 서로를 성숙시킬 것이라던
당신의 예언은 틀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이라
스스로를 깎아내며
어쩌면 우린 혼자 있는 시간이 두려워
헤어질 수 없는 건지 모릅니다
함께 있던 날들의 따스하던 체온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이 힘들어
이별이 아픈 건지 모릅니다
기다림의 무게만큼 늘어나는 시간 앞에
내 발길은
서성거리다 멈추고 만 시계가 됩니다
가지 않는 시계 바늘을 애태우며
내 가슴은
숯보다 까맣고 백지보다 창백합니다
헤어져 있는 시간이 사랑을 성숙시킬 것이라던
당신의 예언은 틀렸습니다
커버린 건 그리움뿐
당신이 두고 간 빈자리에 무성하게 자란 그리움을
나는 날마다 풀처럼 뽑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이여
더 이상 뽑을 수 없을 만큼 풀이 자라는 날
내 기다림은 그만 질식하고 말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