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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아래서. 나. 태주

명철이2 2023. 7. 5. 12:32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이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