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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그때 그랬더라면 박 종영

어머니 거친 손 거룩하게 보일 때 남이 볼까 부끄러움 모두 버리고 나 그때 덥석 안으며 넓은 가슴에 안겼더라면, 산골 물 흐르는 푸른 나뭇잎 닮은 순이 옷소매 부여잡고 눌러살자던 가여운 속삭임 나 그때 그 소리 올바로 듣고 기름진 땅에 집 짓고 올망졸망 살았더라면. 세상살이 내것 인 양 뽐내고 탐하며 함부로 소중한 세월 헛되이 보낼 때, 피붙이 찾아와 값비싼 아픈 말씀들 나 그때 그 쓴소리 귀담아 새겨들어 바람처럼 떠돌지 않고 눌러살았더라면, 갖가지 웃음으로 아첨하던 유혹들 나 그때 손사래쳐서 멀리하고 흙냄새 닮은 순이와 오순도순 살았더라면, 밝은 세상 읽고 깨우침 얻은 지금, 내 행복이 내 평생의 의무가 되어있는 것처럼 나 그때 그랬더라면.

카테고리 없음 2021.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