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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오후에는 김설하

홍시 같은 해를 등지고 유구悠久의 꾸부정한 허리춤께 한발 앞서 긴 그림자 터벅이는 생의 오후 한 톨의 씨앗이 움트고 멀리 더 멀리 높이 더 높이 날아올라 젊음 지천으로 흩날리던 혈기 어이하고 허허로운 인생의 오후인가 연명에 급급하여 하루를 채찍 했거나 부와 명예에 목숨 걸지 않았고 그렇다하여 빈둥대지도 않았건만 하 많은 것들이 숱하게 아쉽더란 말이냐 아래로 흐를 줄만 아는 강물이여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아는 세월이여 골 깊은 주름일랑 메워보자 않으려니 고장 난 태엽시계처럼 잠시 쉬어 가면 좋으리 되돌릴 수만 있다면 세상 밖에서의 눈에 비쳤던 성냥갑 만한 안식처 그 찰나에 소름 돋던 아름다운 이 강산 굽이굽이 구름처럼 물처럼 흘러보면 좋으리 푸르던 나무가 가으내 그토록 신열 오른 이유를 인생의 간이역 잠시 ..

카테고리 없음 2021.07.20

오늘 구 상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이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