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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물 권 애숙

한때 소나기 다녀가셨나 패인 구덩이에서 고물거리는 소문들 간밤은 요란하게 문제만 쏟아놓고 뒤집힌 천변은 답도 없이 어둑하게 말뚝을 친다 흘러갈 것은 늘 뒤도 없이 흘러가는데 휩쓸리지 못한 이름만 남아 웅덩이란 몸으로 웅성거린다 파닥거리며 넘어가는 것은 숨이 아니다 모여라 다 모여 비린 바닥들이 맞장구를 쳐댄다 어떤 이는 젖지 않은 그림자로 빠져나간다 무릎을 꺾기엔 수위가 너무 낮아 기웃거리다 마는 바람 옮겨 갈 것도 없이 한나절 햇살로도 본색이 드러날 소문은 그렇게 또, 페이지를 넘긴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25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김은미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을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당신만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생겨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언제나 따뜻함으로 날 맞아주기 때문입니다.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다가가도 당신의 따뜻함으로 기다렸다는 듯 감싸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당신은 내가 그리워하는 것들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넓게 펼쳐진 바다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도, 아름다운 노래도, 가슴을 울리는 시도 당신의 가슴 속에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어떤 이유를 붙여도 당신을 사랑하는 진정한 의미를 다 표현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1.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