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저물어 남은 석양마저 그 빛을 거두어도 아쉬워하지 말아요 여름이 다 가 버린 쓸쓸한 들판에 여름내 지천으로 피었던 꽃들이 시들어 버려도 안타까워하지 말아요 달이 기울고 썰물이 다 빠져 나간 황량한 갯벌처럼 한 남자의 뜨겁던 사랑이 그토록 쉽게 식어 버려 이제 그대를 바라보는 눈빛이 차갑게만 느껴진다 할지라도 슬퍼하지 말아요 사랑은 바람에 뜯겨 이리저리 휘날리는 활짝 핀 꽃잎과도 같은 것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거센 폭풍우로 휘몰아쳐 왔다가 난파된 파편들만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 놓고 소리 없이 빠져 나가는 썰물과도 같은 것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을 이제 와서야 이렇게 뒤늦게서야 가슴이 알게 된 것일뿐 그러므로 너무 많이 가슴 아파하지는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