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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의집. 배. 문성

명철이2 2023. 4. 23. 12:29


저녁까지 집 앞을 지나간 것은

자전거 한 대,

개 두 마리였다.

그리고 잠시 싸래기 눈이 왔다.

노을이 지는지

언덕에 나무 세 그루가 차례로 나타났다.

흰 측백나무,

흰 측백나무,

느티나무.

그리곤 저녁이 된 것이다.


전화가 왔다.

벨소리는 노을 속에서 흘러나온다.

한 번,

두 번... 다섯 번,


노을 속으로

전화하는 것이 이렇게 멀다.

까마득하게 들리는 네 목소리에는 노을빛이 담겨 있다.

붉은 외등이 켜지는 동안 목소리가 사라진다.

꾸부정하게 서 있는 그림자를 핥으며

바람이 지나간다.


겨울이 다 가고서야 나는 왜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나는 왜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을까.

사실 나는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내가 너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나는 내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