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 31

너를 보내고. 이. 성부

너를 보내고 또 나를 보낸다. 찬바람이 불어 네 거리 모서리로 네 옷자락 사라진 뒤 돌아서서 잠시 쳐다보는 하늘 내가 나를 비쳐보는 겨울 하늘 나도 사라져간다. 이제부터는 나의 내가 아니다. 너를 보내고 어거지로 숨쉬는 세상 나는 내가 아닌 것에 나를 맡기고 어디 먼 나라 울음 속으로 나를 보낸다. 너는 이제 보이지 않고 나도 보이지 않고-

카테고리 없음 2023.01.11

그때가 그리운 것은. 이. 대로

하이얀 눈꽃송이와 보름달빛이 어우러진 눈부신 눈밭에서 당신과 나눈 사랑을 이제는 잊으셨나요? 수많은 세월이 흘러갔어도 눈 내리는 날이면 이렇게 당신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잊지못한 채 오늘도 이곳을 찾아와 당신과 있었던 그날을 생각합니다 그때가 지금도 그리운 것은 당신과 나는 진실로 사랑했었다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원했다는 것을 이별이란 말은 서로가 허울좋은 가면이었다는 것을 행복을 빈다는 말은 서로를 달래주기 위한 빈말이었다는 것을 아!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스라이 멀어져간 아름다운 우리들의 추억 오늘밤 당신이 곁에 없어도 그날을 못잊어 당신을 생각하며 눈밭을 걸어 보았습니다 눈 위 발자국은 당신이 되어 내 뒤를 자꾸만 자꾸만 따라왔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10

행복한 그리움. 박. 성철

오랜 그리움 가져본 사람은 알 수 있습니다. 사람 하나 그리워하는 일이 얼마나 가슴 미어지는 애상인지를... 쓸쓸한 삶의 길섶에서도 그리움은 꽃으로 피어나고 작은 눈발로 내리던 그리움은 어느새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깊은 눈발이 되었습니다. 애매모호한 이 기억의 잔상들. 그리움이 슬픔인지 기쁨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리움의 끝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습니다. 가슴 저미는 사연을 지녔다 해도 고적한 밤에 떠오르는 그대 그리움 하나로 나는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임을..

카테고리 없음 2023.01.09

비누. 정. 진규

비누가 나를 씻어준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몸 다 닳아져야 가서 닿을 수 있는 곳, 그 아름다운 逍耗를 위해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누도 그걸 하고 있다는 걸 그리로 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내 당도코자 하는 비누의 고향!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 바 아니며 다만 아무도 혼자서는 씻을 수 없다는 돌아갈 수 없다는 나도 누군가를 씻어주고 있다는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이 발견이 이 복무가 이렇게 기쁠 따름이다 눈물이 날 따름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08

공존의이유. 조. 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카테고리 없음 2023.01.05

친구란. 작자미상

친구란 당신이 그리움 속을 헤맬 때에 문득 그리워지는 얼굴이며, 당신이 살아있을 때에 곁에 있어주기만을 바라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이 울고 있을 때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고 당신의 환한 미소에 응답할 사람이며, 당신이 어디에 있건 당신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으며, 자기의 모든 것을 주려하는 사랑의 존재입니다. 그러기에 당신의 아픔, 당신의 슬픔을 나눠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이 좌절해 있을 때 당신에게 따뜻한 느낌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며, 당신이 홀로 길을 걷고 싶을 때 당신의 그 마음을 아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이 외로울 때 전화를 걸고 싶은 사람이며, 짤막한 사연을 보내고픈 사람입니다. 친구란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 줄 ..

카테고리 없음 2023.01.04

가난한 이름에게. 김. 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와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

카테고리 없음 2023.01.03

찔레. 문. 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 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

카테고리 없음 2023.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