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구례구역 앞을 흐르는 섬진강변을 걸었습니다 착한 산마을들이 소울음빛 꿈을 꾸는 동안 지리산 능선을 걸어 내려온 별들이 하동으로 가는 물길 위에 제 몸을 눕혔습니다 오랫동안 세상은 사랑할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압과 고통 또한 어두운 밤길과 같아서 날이 새면 봉숭아꽃 피는 마을 만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 아직 스무 살 첫 입맞춤의 추억 잊지 않았습니다 폭염 아래 맨발로 걷고 또 걸어 눈부신 바다에 이르렀을 때 무릎 꺾고 뜨겁게 껴안은 당신의 숨소리 잊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