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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사랑. 정. 우경

하늘처럼 살고 싶다고 했었다 하늘을 닮아가며 살고 싶다고 해바라기처럼 마음은 늘 하늘을 향해 있으면서도 부끄러움이 너무 많아 빠알간 얼굴로 하루를 사는 그대는 하늘처럼 살고파 인사도 없이 떠나버리고 나는 해바라기처럼 살고파 하늘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하늘은 늘 내 머리 위에 있는데 해바라기는 늘 바라만 볼 뿐 다가서지 못한다 가을 내 곁에서 떠나간 하늘은 점점 높아만 간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05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천. 양회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라간다 고비를 지나 비탈을 지나 상상봉에 다다르면 생각마다 다른 봉우리들 뭉클 솟아오른다 굽은 능선 위로 생각의 실마리들 날아다닌다 뭐였더라, 뭐였더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의 바람소리 생각(生覺)한다는 건 생(生)을 깨닫는다는 것 생각하면 할수록 생(生)은 오리무중이니 생각이 깊을수록 생(生)은 첩첩산중이니 생각대로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 생각을 버려야 살 것 같은 날은 마음이 종일 벼랑으로 몰린다 생각을 버리면 안된다는 생각 생각만 하고 살 수 없다는 생각 생각 때문에 밤새우고 생각 때문에 날이 밝는다 생각이 생각을 놓아주지 않는다 지독한 생각이 사람을 만든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어떤 날은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막무가내 올..

카테고리 없음 2024.03.04

새벽편지. 곽. 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02

그대를 너무 사랑 하기에 다몬트 발렌타인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요 왜냐하면 나는 때때로 과감한 시도를 해 보는 것에 패배한다는 것에 심지어는 이긴다는 사실조차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도 두려우며 그대가 자유롭고자 할 때 너무 구속하게 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그대가 나를 붙들어 주길 바랄 때 그대를 보내게 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나는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가끔씩 두려움을 느껴요

카테고리 없음 2024.02.29

서울을 떠나는 안중근 의사. 김. 정호

은행잎들이 노란 눈꽃으로 흩날리며 가을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햇살이 시퍼런 칼날을 세우는 안중근 의사 청기와 기념관 사내는 지난밤도 기념관 처마 밑에서 칼잠을 잤다 신용불량자 같은 종이 박스를 깔고 사내의 허기진 눈엔 활모양 등이 휜 어제가 누워있고 집 찾아 메뚜기처럼 쫓겨 다닐 봇짐 같은 오늘이 마른 눈물로 굳어 있다 상처받은 영혼은 이리저리 낙엽 따라 정처 없이 흩날리는데…… 1909년 10월 26일 아침,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했다 2004년 10월 26일 아침, 사내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처마 밑에서 유신의 심장을 쏜 사람처럼 서울의 가을을 저격했다 사내의 시퍼런 절규가 하늘을 탕! 탕! 탕! 울리자, 날개를 꺾은 가을이 사내의 발 앞으로 눈물을 떨군다 동상 좌대에..

카테고리 없음 2024.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