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풍경. 문. 재학 비단결 같은 포근한 햇살이 산하(山河)에 넘실거리는 봄. 봄 향기에 취한 가벼운 흥분의 파도는 설렘으로 높아만 가고. 이곳저곳. 사방팔방 샛노랑. 새하얀. 분홍빛 꽃들이 눈부신 봄 바다를 화사(華奢)하게 수(繡) 놓는다. 물오르는 가지마다 새싹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 대지를 연초록으로 물들이며 찬란한 희망의 빛을 뿌리고 허공(虛空)을 가르는 새들도 봄바람을 거느리고 환희(歡喜)의 봄 바다를 활기차게 누비며 노래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3
봄은 생명의뿌리. 김. 덕성 3월은 봄의 시작이요 생명의 시작이요 아이들 개학과 함께 삶의 시작이다 추위에 닫혔던 심장의 고동소리 봄의 고동으로 들리지 않는가 부활하는 생명의 잎새를 보라 겨우내 헐벗어 초라했던 나뭇가지 초록빛으로 되살아나고 형형색색 피어나는 미의 천사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들 동면에서 생명이 살아난다 이 귀한 생명의 계절에 합법이요 정당한 이유라 하더라도 생명을 경시 담보 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 없는 일 이제 그만 제 자리로 돌아와 나약한 환자를 위해 아가페 사랑을 보여 주었으면 카테고리 없음 2024.03.22
테세우스의배. 이. 재봉 일을 하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얼룩 한 점 없던 이마에 가뭇가뭇 검버섯이 피어있었다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봐도 예전의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십 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 같은 사람일까 과거의 기억만이 나를 현재의 나로 이어줄 뿐 나를 이룬 것들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1
어머니가 고 향이다. 허동인 ´고향´ 하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머니´ 하면 고향이 생각난다. 딸자식은 다 출가시키고 아들자식은 다 객지에 나가 살고 붙박이별처럼 홀로 고향을 지키시는 우리 어머니 어릴 때 살았던 고향집이 생각날 때면, 선영들이 잠들어 있는 고향 산천이 그리울 때면, 어머니가 곧 고향이다. 고향이 곧 어머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20
당신이 그리운 날엔. 고. 길선 오름을 오른다. 걷다가 지친 자우룩한 쑥부쟁이 사이로 망개꽃이 서러워 속울음을 토한다. 고른 햇살 날빛 비늘로 하느작대며 울어대는 금억새 바람 휘놀다 머문 자리마다 아린 자국 가슴이 시린다. 당신 그리운 날 그 바다 석석한 검푸른 피가 휘도는 홰홰한 섬 기슭 저녁 빛 흘러 자백질하며 섬 노을 삼키어진 섬은 이내 끄먹대는 등대 하나 뱉어놓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9
새봄 진달래 꽃이 피면 김. 덕성 새봄에 진달래꽃이 피면 그리운 추억이 되살아나 떠오르는 고향 산야를 가득 메운 연분홍빛 순결한 사랑을 토해낸다 해마다 진달래꽃이 피어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고향으로 달려가면 은은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기꺼이 반겨주는 사랑의 꽃 따뜻한 햇살로 봄기운 완연하고 가지 끝에 움 틔우며 희망으로 오는 한 떨기 정열의 불타는 불꽃 속에 사무친 그리운 그녀가 떠오르고 아마 봄빛 속에 꽃술로 포개며 속살을 들어내는 연분홍빛 그 속에 기다림으로 떠오른 그리운 그녀 연분홍빛으로 오지 않을까 무정한 세월이여 카테고리 없음 2024.03.18
봄아 일어나기. 이. 영지 일어나 포롱포롱 하얀눈 스며들자 포오롱 보슬보슬 봄비자 일어나기 새싹의 일어나기가 온 봄이야 일어나 촉촉한 이슬 눈가 새파란 모자 쓰고 와아아 아침 햇살 가슴이 뻥 뚫리며 두 손을 양쪽으로 펴 일어나기 일어나 목련이 하아얗고 그러메 나는 정말 진달래 분홍웃음 그러메 아주 어쩜 봄봄아 웃음 보따리 일어나기 일어나 카테고리 없음 2024.03.16
징검다리. 권. 영하 깊은 개울이 있다 그곳에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징검돌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식들에게 등을 내주며 밟고 가라고 무릎 끓고 엎드려 있다 지금까지 콧노래 부르며 돌다리를 건너왔는데 부모가 되어서야 물속에 누워 알았다 살을 에는 물살에도 왜 묵묵히 엎드려 있는지 카테고리 없음 2024.03.16
슬픔을 조립하다. 신. 형식 눈물을 머금고 슬픔을 분해하다가 꽃 피는 것 본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 그깟 슬픔, 까짓 눈물 다 털어내고 명품 그리움 한 점 만들어본다 그리움아, 그대 살아있으면 이봄, 모두 꽃으로 피어나라 카테고리 없음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