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 29

천관. 이. 대흠

강으로 간 새들이 강을 물고 돌아오는 저물녘에 차를 마신다 ​ 막 돋아난 개밥바라기를 보며 별의 뒤편 그늘을 생각하는 동안 ​ 노을은 바위에 들고 바위는 노을을 새긴다 ​ 오랜만에 바위와 놀빛처럼 마주 앉은 그대와 나는 말이 없고 ​ 먼 데 갔다 온 새들이 어둠에 덧칠된다 ​ 참 멀리 갔구나 싶어도 거기 있고 ​ 참 멀리 왔구나 싶어도 여기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7

가장행복한 것은 무엇인가요. 문영

사랑은 재산을 소유하거나 물건을 갖는게 아니예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수록 근심만 늘어납니다. 사랑은 갖는 것이 아닙니다. 갖는다면 그것은 집착에 불과해요. 사랑은 주는 것입니다. 줄 수 없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갓난아이에게 엄마는 젖을 주는게 아니예요. 엄마는 사랑을 주고 있어요. 튼튼히 자라달라고 하는 엄마의 마음의 사랑 마음을 열어보세요. 누가 소유되고 누가 소유하겠어요? 줄 수 있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6

달빛. 조. 태일

달빛 속에서 흐느껴 본 이들은 안다. 어째서 달빛은 서러운 사람들을 위해 밤에만 그렇게 쏟아지는 지를. 달빛이 마냥 서러워 새들도 눈을 감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세상을 껴 안을때 멀리 떠난 친구들은 더 멀리 떠나고 아직 돌아오지 않는 기별들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듯 멀어만 가고 홀로 오솔길을 걸으며 지나온 날들을 반성해 본 사람들은 안다, 달빛이 서러워 오늘도 텅빈 보리밭에서 통곡하는 종달새들은 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세상을 힘껏 껴안으며 터벅터벅 걷는 귀가길이 왜 그리 찬란한 가를.. 아는 이는 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5

내 고운 사람에게. 백. 창우

그대 깊은 눈 속, 슬픈 꿈의 바다에 착한 새 한 마리로 살고 싶어라 햇살의 눈부심으로 별빛의 찬란함으로 그대의 푸른 물결에 부서지고 싶어라 높이 솟구쳐 그대를 안으리라 그대가 가진 서러움도 그대가 가진 아픔도 나의 날개로 감싸리라 그대, 내 사람아 그대 더운 사랑은 내 가장 소중한 노래 추운 나날을 지펴주는 불길이구나 길고 긴 어둠을 이겨내며 크나큰 바람을 이겨내며 이 삶 다할 때까지 그댈 지키고 싶어라

카테고리 없음 2023.08.14

가을의시 곽. 재구

오후 내내 나룻배를 타고 강기슭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아하는 칡꽃 송이들이 푸른 강기슭을 따라 한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늘이 젖은 꿈처럼 수면 위에 잠기고 수면 위에 내려온 칡꽃들이 수심(水深) 한가운데서 부끄러운 옷을 벗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바람이 불어가고 지천으로 흩날리는 꽃향기 속에서 내 작은 나룻배는 그만 길을 잃고 맙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