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간. 노. 혜경 그가 떠나고 난 다음 내가 왔다 우리는 어긋나 버려 살아 생전 더는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와 닮은 아무에게나 입을 맞추고 머리채를 풀어 발을 닦는다 끝없이…… 이제 그와 만나지 못한 책임은 내게 없다 비록 내 마음이 쓸쓸하지만. 카테고리 없음 2023.08.09
가슴속 집한칸. 김. 기연 새파란 오후에 새 한 마리 날아와 나무 위에 둥지를 틀 때, 내 가슴 한 귀퉁이에 그녀가 집을 지었다. 내 손으로는 지울 수도 허물 수도 없는 내 가슴속 집 한 칸- 그녀 떠난 후에도 내 손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가슴속 집 한 칸 그녀에게도 내가 지어준 집 한 칸 거기에 그대로 있을까? 카테고리 없음 2023.08.08
가을만이 안다. 유. 안진 제 슬픔의 키만큼 다 자란 풀밭에 비가 내린다 나도 따라 울었다 이 완벽한 화음(和音)의 길로 가을이 오고 있다 열꽃 앓는 시인이 불러줘서 봄이 왔듯이 시인이 울어야 가을이 오는 줄을 가을만이 알 뿐이다 가을에는 귀뚜리가 제일가는 시인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07
사랑법첫째. 고. 정희 그대 향한 내 기대 높으면 높을수록 그 기대보다 더 큰 돌덩이 매달아 놓습니다. 부질없는 내 기대 높이가 자라는 쪽으로 커다란 돌덩이를 매달아 놓습니다. 그대를 기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서 기대따라 행여 그대 잃지 않기 위해서 내 외롬 짓무른 밤일수록 제설움 넘치는 밤일수록 크고 무거운 돌덩이 가슴 한복판에 매달아 놓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06
파도는 왜 아름다운가. 윤. 수천 내가 당신에게로 갈 수 있는 길은 오직 이 길밖에 없다. 내 몸을 둘둘 말아 파도를 만들어 끝없이 끝없이 부서지는 일 곤두박질을 치며 부서지는 일 파도는 부서지고 싶다. 차라리 닳아지고 부서져 아름답고 싶다. 당신에게로 가는 길은 오직 이 길뿐이므로 카테고리 없음 2023.08.05
여름. 지철승 돛단배의 돛이고 싶다 바람가득 흰 돛에달고 사랑하는 여인 찿아 바다를 헤메는 젊은 선원을 따라 머나먼 항해를 하는 돛단배의 돛이고 싶다 뜨거운 여름에 돛단배의 돛이 되어 어딘가에 있을 내 사랑을찿아 항해를 떠나고 싶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3.08.04
12월1일. 홍. 윤숙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 모두 안개와 바람 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 생애의 다리 건너 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 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 이따금 하늘엔 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 늦은 날 눈발 속을 걸어와 후득후득 문 두드리는 두드리며 사시나무 가지 끝에 바람 윙윙 우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영혼 돌아오는 소리 카테고리 없음 2023.08.03
팔월의향기롬. 오. 애숙 팔월 하늘 태양광에 숙원속 사랑의열병 하늘창 열어낸 단비 초록색 빛에 물결친다 파라란히 일어서서 푸른 사랑속에 슬어 꿈 나르시스 하는 기쁨 환희의 싱거러움 처럼 다시는 목마름없는 향기름만 휘날리겠다 다짐하려는 각오처럼 들판에 춤추고 있네 여름과일 익어가는 들녘의 녹 프르름으로 휘파람속에 노래하네 팔월의 향그러움을 카테고리 없음 2023.08.02
눈오는 날. 신. 진호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풀이 나무가 되고 나무가 바위가 되고 아득한 세상 높은 산맥마저 슬픔에 녹아 바다로 넘쳐도 수많은 전설 그 진실마저 가엾은 날개를 접고 거리에서 바다에서 눈물로 죽어가도 잊으라 한다고 잊혀지나요 잊지 말라 하여도 잊혀지듯이 잊으라 한다고 혹시 잊혀질까요 카테고리 없음 2023.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