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벽 먕화. 성. 백군 우리 집 거실 벽 대형 액자 속 그림은 명화다 움직이는 그림 나뭇잎이 팔랑거리고 구름이 흘러가고 오늘 아침에는 벌새 한 마리 나라와 꽃 속의 꿀을 훔쳐 갔지만 태평세월이다 나도 그 모습 닮고 싶어 액자를 뒤척였더니 바깥 향기가 들어오고 신선한 바람도 다녀간다 얼마냐고 물어봤더니 값이 없단다. 그러나 화가가 누구인 줄 알고, 믿으면 공으로도 가질 수 있다고 성경이 말씀하신다. 카테고리 없음 2024.04.06
해거름 그림 한장 성. 백군 서녘 해가 도로 위에 그림을 그립니다 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안 그래도, 몸이 왜소한 내가 삶마저 야윈 것 같습니다 이양이면 석양답게, 내 인생 좀 풍성하게 그려 멋을 낼 일이지 세상을 두루 돌아다녔다고 하면서 ‘이게 뭐냐’고 불평을 하였더니 알아, 안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살아있는 그 무엇이 시간을 이길 수 있느냐며 서산 마루에 반쯤 걸려 넋두리를 합니다 새 떼들 줄지어 모이고 흩어지면서 서산을 넘어간 뒤 해거름 그림 한 장 하얗게, 세상에 내 걸렸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4.05
그곳으로 가는길은 민. 병련 그곳으로 가는 길은 어떻습니까. 수없이 지나왔을 그 길을 어떻게 걸으셨습니까. 그림자는 어떻게 지우셨습니까. 길 따라가는 것도 모르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길 또한 모르는데 어느 곳으로 가야만 님처럼 가벼운 몸으로 갈 수 있겠는지요. 헤매는 것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똑같은 길이겠지만 발길 내딛기 어렵습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4.04
마지막 한송이 홍 수희 사랑은 의지라기에 사랑은 오직 결심이라기에 사랑은 단호한 결단이라기에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소중한 너무 깊어 있는 줄도 몰랐던 낳은 줄도 몰랐던 소망 한 송이 마저 당신께 내어드립니다 이제 나는 텅 비었습니다 나는 가난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