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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코미디언 문 정희

코미디를 보다가 와락 운 적이 있다 늙은 코미디언이 맨땅에 드러누워 풍뎅이처럼 버둥거리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을 터트린 어린 날이 있었다 사람들이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이가 코미디를 보고 운다고... 그때 나는 세상에 큰 비밀이 있음을 알았다 웃음과 눈물 사이 살기 위해 버둥거리는 어두운 맨땅을 보았다 그것이 고독이라든가 슬픔이라든가 그런 미흡한 말로 표현되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맨땅에다 시 같은 것을 쓰기 시작했다 늙은 코미디언처럼 거꾸로 뒤집혀 버둥거리는 풍뎅이처럼

카테고리 없음 2020.09.01

제주에서 혼자살고 술은 약해요 이원하

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것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예요 그렇다고 훔치진 않을 거예요 ​ 나는 제주에 사는 웃기고 이상한 사람입니다 남을 웃기기도 하고 혼자서 웃기도 많이 웃죠 ​ 제주에는 웃을 일이 참 많아요 현상 수배범이라면 살기..

카테고리 없음 202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