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둑이다 가는 밤소나기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이엔 메마른 눈물자죽,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모두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찌기 먹고 우물가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을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