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 30

네가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 정희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이면 나는 너에게로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 것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21

인생이라는 계단. 안. 성란

인생은 연극이라 했다. 산다는 게 힘들다고 삶이 버겁다고 중도에 막이 내려지는 연극은 아무 의미가 없다. 햇볕이 있어야 초록 나무를 볼 수 있고 잔잔히 불어 주는 바람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꿈을 가질 수 있는 게 바로 인생이라 생각한다. 나 자신만 사는 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주어진 일에 성실함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즐거운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때론 내가 하는 일에 실증을 느낄 때도 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겠지만 우리는 쉽게 버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생각을 바꿔보면 내가 좋아서 하는 일 또는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있다면 모든 일에 당당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별한 삶과 행복한 인생이 따로 있겠는가? 일어나 ..

카테고리 없음 2023.07.18

비오는날의기도. 양. 광모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카테고리 없음 2023.07.16

청솔그늘에 앉아. 이제하

청솔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보랏빛 노을을 가슴에 안았다고 해도 좋아 혹은 하얀 햇빛 깔린 어느 도서관 뒤뜰이라 해도 좋아 당신의 깨끗한 손을 잡고 아늑한 얘기가 하고 싶어 아니 그냥 당신의 그 맑은 눈을 들여다보며 마구 눈물을 글썽이고 싶어 아아 밀물처럼 온몸을 스며 흐르는 피곤하고 피곤한 그리움이여 청솔 푸른 그늘에 앉아 서울친구의 편지를 읽는다

카테고리 없음 2023.07.14

희망을 위하여. 곽. 재구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팔을 놓지 않으리 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네 등 위에 내려앉는 겨울날의 송이눈처럼 너를 포근하게 감싸 껴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져 네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도 더욱 편안하여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울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어둠 속을 걸어오는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을 이리의 목소리로 울부짖을지라도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카테고리 없음 2023.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