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너무 사랑 하기에 다몬트 발렌타인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괜찮은 것인지요 왜냐하면 나는 때때로 과감한 시도를 해 보는 것에 패배한다는 것에 심지어는 이긴다는 사실조차도 두려움을 느낍니다 너무 많이 사랑하는 것도 두려우며 그대가 자유롭고자 할 때 너무 구속하게 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그대가 나를 붙들어 주길 바랄 때 그대를 보내게 되는 것도 두렵습니다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 괜찮은 일인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나는 그대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 사랑 때문에 가끔씩 두려움을 느껴요 카테고리 없음 2024.02.29
서울을 떠나는 안중근 의사. 김. 정호 은행잎들이 노란 눈꽃으로 흩날리며 가을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햇살이 시퍼런 칼날을 세우는 안중근 의사 청기와 기념관 사내는 지난밤도 기념관 처마 밑에서 칼잠을 잤다 신용불량자 같은 종이 박스를 깔고 사내의 허기진 눈엔 활모양 등이 휜 어제가 누워있고 집 찾아 메뚜기처럼 쫓겨 다닐 봇짐 같은 오늘이 마른 눈물로 굳어 있다 상처받은 영혼은 이리저리 낙엽 따라 정처 없이 흩날리는데…… 1909년 10월 26일 아침,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히로부미를 저격했다 2004년 10월 26일 아침, 사내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처마 밑에서 유신의 심장을 쏜 사람처럼 서울의 가을을 저격했다 사내의 시퍼런 절규가 하늘을 탕! 탕! 탕! 울리자, 날개를 꺾은 가을이 사내의 발 앞으로 눈물을 떨군다 동상 좌대에.. 카테고리 없음 2024.02.28
작은 섬으로라도 신형식 쌍화차에 동동 띄워주던 잣 한 줌 밤이면 바다위로 떠올라 뭔 일 낼 것처럼 달려갔던 사람 당당했던 그 모습 다 비우고 해탈하여 되돌아올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가슴까지 차오르는 숨가쁨이 있더라도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떠 있어야겠다고 생각을 되새김질 하며 시간을 곱씹어 보며 작은 섬으로라도 떠 있어야겠다고 카테고리 없음 2024.02.27
지친 당신을 위하여. 홍. 수희 이제 너무 지쳤다는 너의 말 할 만큼 했다는 너의 말 이제 쉬어가고 싶다는 너의 말 그 말에서 눈물 한 방울 또르르 떨어지더니 내 마음에 와락 안긴다 그랬구나, 누구나 그렇게 사는구나 타인의 슬픔이 내게 위로가 되기도 하는구나 나의 슬픔이여 너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라 카테고리 없음 2024.02.26
갈대. 신. 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카테고리 없음 2024.02.25
입춘. 박. 종영 봄 편지 쓰기 숙제를 끝낸 배고픈 아이들이 노란 복수초 웃음으로 배를 채운다. 영춘화 꽃봉오리 움트기 시작하고 텃밭 개나리 울타리 으쓱진 곳에 직박구리 한 쌍이 꼬리를 촐삭거린다. 겨울 이기고 돌아온 아이들의 꿈이 오밀조밀 헤 덤빈다 실비 오는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비와 바람과 햇볕을 쥐고 봄을 마중하는 숲속의 나무들, 입춘(立春)이다. 카테고리 없음 2024.02.24
처음과끝. 홍 수희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는 이여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이여 내 생애 처음과 끝을 아시는 이여 조마조마 눈 떼지 못하시는 이여 나의 처음과 끝이신 이여 있는 그대로 사랑이신 이여 카테고리 없음 2024.02.23
한송이꽃 최. 영희 너와 나 우리, 한 송이 꽃으로 세상에 왔다면 꽃으로 꽃으로 피어야 한다 큰 꽃 작은 꽃 하얀 꽃 노란 꽃 붉은 꽃 어떤 꽃이라도 좋다 우리 꽃으로 왔다면 한 번은 피어야 한다 꽃은 꽃으로 필 때 가장 아름답다. 카테고리 없음 2024.02.22
인생 사랑의 미. 김. 덕성 끊임없이 흐르는 세월 부서지는 허심일랑 맑게 버리고 아우르며 살아 온 인생길 마음 문을 활짝 열어 가슴 속에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영원한 사랑의 씨앗을 뿌리며 땀 흘린 고난의 시간들 공유하며 사는 삶인데 꽃을 찾아 사랑 나누는 벌 나비처럼 사랑만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살맛나는 미의 세상 아닌가 훍탕물 속에서도 보란 듯이 자랑스럽게 피어나는 연꽃을 보라 더 아름답게 꽃피우지 않는가 맑고 환한 영혼으로 우리도 아름답게 꽃 피면 이 세상도 카테고리 없음 2024.02.21
숙명. 빈. 바다 정해진 무언가를 지울수는 없다 고칠 수 없는 실수는 결국 무가 된다 나는 꼭 실수해야했다 이번이 아니면 할 수 없기에 타자를 치다 맞춤법이 틀리면 컴퓨터가 정확히 고쳐주지만 인간은 실수하기에 나는 오늘도 자란다 아프게 . 카테고리 없음 2024.02.19